*게임에 대한 단상 코너는 틈이 나는 대로 적고 싶은 제 이야기입니다. 일상생활에서의 겜축가의 넋두리입니다.
오랜만에 로스트아크를 다시 찾았다. 아브렐슈드가 업데이트되고 한동안 1-4관문만 몇 달째 반복하는 게 지치기도 했고, 현생에서 많은 일과 변화가 생겨서 게임 접속에 뜸해진 게 문제였다.
현생이 바쁘든 말든 게임은 계속 했으니, 개인적으로 로스트아크에 질린 게 가장 큰 것이리라. 그 이유는 성장 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반복되는 콘텐츠만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함께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는 지인들이 있었기에 그 기간을 두 달 이상 버틸 수 있었던 거지, 만약 혼자 했었으면 그 반도 못 버티고 진작 접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같이 하는 지인들과 버텼음에도 불구하고 질리게 되는 어떤 선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게임에 대한 정이 뚝 떨어져 접속이 뜸해졌다.
하나 둘씩 지인들도 지친 기색을 표현했지만, 그래도 지인들은 계속해서 로스트아크를 해 나갔다. 한우마탄이 업데이트되고, 고대 악세사리가 업데이트됐다. 고대 팔찌 논란이 있었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다시 "빛강선"이 되었다. 그 때도 사실 시큰둥해서, 몇 번 접속하고 말았다.
그리고 로스트아크를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 보니, 매일 숙제에 집착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쾌적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로아를 하다 보면 유명한 밈이 있는데, "근데 누가 그거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함?"이라는 문구이다. 맞다. 아무도 나에게 칼 들고 협박하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목숨이라도 걸려 있는 것처럼 6캐릭터 이상을 군단장을 돌리고, 가디언 토벌을 하고, 카오스 던전을 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했나 싶지만, 원래 모든 게임이 지나고 나면 다 그렇다.
로아를 접고 이 게임 저 게임을 방황했다. 던전앤파이터도 아주 오랜만에 접속해서 플레이했고, 디아블로 3도 오랜만에 플레이했다. 중간에 디아블로 2 리저렉션도 잠깐 했다. 그러면서 P2E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말만 멋지게 하는 거지, 게임 아이템 팔아서 현금 버는 쌀먹이다. 쌀먹은 곧 노동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에 나의 가치를 높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게임은 게임으로 즐겨야지,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은, 쌀먹은 한때 내가 게임을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었다. 직접 현금으로 바꿔 본 적은 두어 번 정도밖에 없지만, 왠지 내가 게임에서 벌어낸 재화가 현금 가치로 얼마 정도 된다는 걸 계산해 봤을 때 게임하는 게 그렇게 시간낭비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합리화하고, 자위했던 것이다. 나는 거기에서 만족감을 많이 느꼈었다. 지금은 도저히 그렇게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2021년 로아온에서도 금강선 디렉터는 대단한 언변으로 모든 게임 유저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인게임 공지로.. 마치 90년대, 2000년대 온라인 게임에서나 느낄 수 있는 감성의 사건이 일어났는데, GM이 공지사항으로 유저들과 대화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때 나는 다른 콘텐츠를 하고 있어서 특정 섬들에 가 보지 못했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MORPG는 20년 전에나 유행하던 장르가 맞다. 와우조차 망해가는 이 시점에서, 국산 MMORPG "따위"가 2020년대에 살아남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바람의나라,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오래 된 국산 MMORPG는 아직도 있지만, 그 때 그 감성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메이플스토리는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바람의나라와 던파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됐다.
그런데 로스트아크는 20년 전 그 감성을 그대로, 디렉터가 재현해 내고 있다. 사실 게임 자체가 정말 그렇게 혁신적이고, 대단하고, 획기적이고, 참신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어렵다. 어디서 다 본 것 같고, 어디서 다 베낀 것 같고, 뭐랑 비슷하고, 깊이도 부족하고, 뭐 별로인 것도 많고, 불평불만을 얘기하라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렉터 한 명이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따라 게임이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수도 있구나,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구나 하면서 많이 깨닫고 있다. 로아온에서의 발언은 결국 나에게도 통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접속해서 발탄 하드를 했지만, 왜 이 게임을 접었는 지 다시 한 번 느꼈다. 공대 내부에 적이 있는게 문제다.
그런 것들은 소소한 문제다. 매일, 매주 해내야 되는 "의무적 콘텐츠"가 되어 버리면, 내가 어느 시간 안에 그 콘텐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박이 생긴다. 예를 들어 발탄 하드를 20분만에 끝내고, 다음 모험 섬을 가고, 다음 군단장을 돌고, 이런 식으로 계획했을 때 발탄 하드를 30분동안 하고 있으면 받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그런 집착은 로스트아크를 열심히 하는 유저들에게는 아마 대부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게임 특성 상 한 캐릭터만 키워서는 아무래도 빨리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부캐가 늘어나고, 숙제가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서 집착이 생긴다. 그러면 게임을 못 놓게 된다. 매몰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금강선 디렉터의 언변은 화려했지만, 게임 내에서 큰 체감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나 변한 게 있다면 내 마음가짐일 것이다. 더이상 의무적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지 않게 되니, 생각보다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생각보다 즐겁다는 거지, 발탄 하드 숙제팟에서 3트 4트 이렇게 하는 게 결코 즐겁진 않았다. 불쾌하기 직전까지 갔다. 별 수 없다. 그런 게임이다.
어쨌든, 2020년대에 역병이 창궐하고, 트로트가 유행하고, 국악이 유행하고, MMORPG가 유행하고, 내가 옛날에 생각했던 것들 중에서 "설마 이게 뜨겠어?" 하는 게 다 뜨고 있다. 세상이 변하는 것은 참 알 수도 없고, 언제나 새로운 장르가 나와서 개척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롤도 카오스와 비슷한 게임으로 봐야 하지 않는가.
과거로부터 좋은 점을 배워서, 현대에 재해석하여 가치를 창출해 내는 온고지신이라는 뻔하고 뻔한 표현이 와닿는 요즘이다.
어쨌든, 당분간 뜸했던 로스트아크 관련 글에 대해서 복귀도 했으니 천천히 하나씩 올려 보고자 한다. 빨리 작성하고 싶어도 내가 손이 느린 건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지 어째 보통 2시간 이상이 걸려서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더 힘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