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 왜 해요?

우리는 대체 게임을 왜 하는 걸까요? 솔직하게 한 번 알아봅시다.

게임/그 게임, 왜 해요?

그 게임, 왜 해요?

겜축가 2020. 12. 8. 19:13
반응형

 

원사운드의 명짤.

 

임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아니다. 우리 모두는 게임을 하는 이유가 하나씩은 반드시 있다. 우리가 그 게임을 왜 하는지 한 번 정도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마치고 나면 우리가 얻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내 취향에 맞는 다른 게임을 탐색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자기 스타일의 게임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비용을 벌 수 있다!

 

두 번째는 스스로가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게임이라는 거울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서 결핍을 느끼고 이러한 부분을 게임을 통해 만족시키고자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1. 성취감(리그 오브 레전드, 몬스터 헌터)

 

성취감을 추구하는 게임은 계속해서 작은 목표를 제공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예로 들어 보자. 각 역할마다 플레이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적의 넥서스를 파괴하는 것이 매 판의 목표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팀원과 함께 해야 하지만, PVP의 특성상 상대편과 비교를 하며 지독하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스트레스는 성취감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류의 게임은 극복 가능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준다. 그리고 몇 번은 좌절하게 해서 목표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하고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을 때 목표가 달성되면 소위 말하는 “뽕맛”을 느끼게 되고, 이 게임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게 된다.

 

이기면 갓겜, 지면 팀빨망겜.

 

PVP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남 탓을 하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부정적인 기분은 필연적으로 딸려 온다. 소수이긴 하지만 롤에서 AI 전만 하는 사람도 있고,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덜한 일반 게임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성취감을 느낄 수 없을까? 아니다. PVE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예는 몬스터 헌터(이하 몬헌)다. 몬헌에서 플레이어는 캐릭터보다 훨씬 큰 몬스터를 사냥한다. 몬스터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래서 사람마다 벽을 느끼는 타이밍은 다르지만 한 번씩은 반드시 벽에 봉착하게 된다. 그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다른 소모품을 챙기고, 다른 세팅을 하고, 반복 숙달하며 패턴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스트레스지만, 역시 이 과정을 넘어서면 “뽕맛”을 느낀다.

 

난 네르기간테를 3일 넘게 트라이했고, 꿈 속에서도 네르기간테한테 죽었다. 그러다가 네르기간테를 잡을 때의 "뽕맛"이란..

 

2. 탐험(Outer Wilds, The Long Dark)

 

어린 시절,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는 친구와 함께 “비밀장소”라는 곳을 정했다. 우리는 몇 개의 비밀장소에서 자주 놀았고, 새로운 비밀장소를 찾아 나서는 과정은 언제나 흥미진진했다. 이런 재미를 제공하는 게임도 있다. 새로운 장소와 환경을 모험하고 탐험하는 과정 자체가 게임의 주 내용이다. Outer Wilds는 외계인의 입장에서 우리의 태양계와는 다른 태양계를 탐험하는 게임이다. 중력이 작용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관념들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환경을 접해도 플레이어를 늘 새롭고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런 게임은 탐험할 수 있는 세계가 끝났을 때 대부분의 재미를 상실한다. 그렇기에 첫 한 번의 경험이 매우 소중하다.

 

저 행성들은 왜 이어져 있는 걸까?

 

세계를 탐험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반복 플레이에 초점을 둔 게임도 있다. 바로 The Long Dark(이하 더 롱 다크)다. 더 롱 다크는 지구의 얼어붙은 어딘가에서 생존해야 하는 게임이다. 대단히 현실적이고 불편한 요소들이 많지만 그만큼 몰입이 잘 된다. 특히 요즘 같은 한겨울에 창문을 열어놓고 하면 최적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토리 모드도 있지만 주로 플레이하게 되는 샌드박스 모드는 전혀 샌드박스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극한이 되는 환경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모드이다. 당연히 게임에 익숙하기 전에 플레이어는 무수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지형을 탐험하며 자신만의 거점을 정하고 특정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경험을 통해 배운다.

 

내 거점은 언제나 신비로운 호수 산장이다. 넓고, 낚시터도 가깝고, 순록도 있다. 너무 좋아.

 

3. 스토리(언더테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다른 모든 걸 제쳐 두고, 게임이 능동적 매체라는 점을 이용해서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게임은 복잡하고 정밀한 컨트롤이나 뇌지컬을 요구하지 않으며 대체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모드가 반드시 있다. 언더테일은 전체 과정에서의 스토리는 정해져 있지만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서 다른 엔딩을 맞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하찮아 보이고 대충 만든 듯한 그래픽에 담긴 메시지는 많은 게이머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기는 하지만 스토리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 이런 게임의 특징이다.

 

시작하자마자 날 반겨주는 건 밝은 곳에 있는 웃고 있는 꽃.

 

그에 반해 정해진 스토리와는 별개로 유저의 경험 자체로 스토리가 되는 게임이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계승한 게임이다. 명확한 스토리라인이 있지만, 모든 유저는 각기 모두 다른 와우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저 레벨 구간에서 처음으로 적대 진영을 만나서 치고받고 싸운 경험, 지옥불 반도가 왜 지옥불 반도인지 알 수 있는 이유, 수장팟, 레이드에서 분제를 당하는 경험, 길드를 통해 맺어진 인연, 무작위 던전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 등 와우에서의 스토리는 단순히 게임 내에서 읽을 수 있는 스토리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얽힐 때 생기는 복잡 미묘한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언제나 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다른 어디에서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게임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최정예 막넴을 딴, 내 와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 스크린샷을 보니 제가 아쉬란에 있던 때가 생각이 나는군요...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첫 번째는 성취감이다. 각각 PVP에서, PVE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 있다. 본문에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RPG에서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것도 성취감이고, 각종 경영과 관리를 통해 시스템을 만들고 최적화하는 것도 성취감이다. 두 번째는 탐험이다. 일회성 탐험일 수도, 반복을 통해 배우고 적응해야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겪을 수 없는 낯선 환경에서의 경험이다. 세 번째는 스토리다. 짜인 스토리대로 따라가는 게임과 나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게임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재밌게 했던 그 게임, 왜 해요?

 

반응형

'게임 > 그 게임, 왜 해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게임, 왜 해요? 공지사항  (0) 202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