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 왜 해요?

우리는 대체 게임을 왜 하는 걸까요? 솔직하게 한 번 알아봅시다.

게임/게임 소개

Software Inc. 당신의 오피스를 만들어라.

겜축가 2020. 12. 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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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8년 4월 27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Software Inc.이다. 듣기만 해도 게임발전국(게임개발 스토리)이 생각나는 게임. 역시 그런 게임이다.

 

2018년 4월 27일 기준, 스팀에서 10% 할인된 가격인 13,050원에 만나볼 수 있는 얼리 액세스 게임이다. 정가는 14,500원인데,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아직 얼리 액세스인 점을 감안하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비록 추후에 이런 평가를 철회할 수는 있겠으나.. 잠재성이 있는 게임이다.

 

나는 이런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한다. 가장 처음 시작했었던 것은 롤러코스터 타이쿤이었고, 그 후로 심 시티, 시티즈 스카이라인, 삼국지, 플래닛 코스터, 게임발전국을 비롯한 카이로소프트류 게임을 거쳐 Software Inc.를 거쳐가게 되었다.

 

경영 시뮬레이션의 패턴은 뻔하다. 처음에 1인 혹은 소수의 인력으로 시작해서 외주를 통해 초기 자금을 마련하고 회사의 독자적인 타이틀을 선보이고 이로 인한 돈 불리기가 전부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중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게이머를 조련하는지가 경영 시뮬레이션의 게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조련 과정이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워서 떠나는 경우가 많고, 잘 만들어진 게임들은 게이머를 능숙하게 조련해 나간다.

 

Software Inc.를 구매하자마자 6시간 가까이 플레이했다. 게임 내부적으로, 이 게임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간단히 알아보자.

 

현재 내가 진행하고 있는 게임 플레이 현황. 말도 안 된다. 40명 정도 되는 직원으로 이미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래픽은 너무나도 단순해서 볼 게 없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속칭 '고인물'이 되기 전에는 시스템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를 이용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은 그래픽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단순해서 더 좋은 느낌이다.

 

Software Inc.에서는 약간의 건축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아주 약간의 건축적인 지식. 동선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코어1)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각 실들을 어떻게 이어지도록 할 것인지가 결국 이 게임을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1) 코어 : 많은 의미로 쓰이지만 쉽게, 사무소 건축에서의 계단,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을 일컫는다. 모든 층에 공통적으로 같은 위치에 하는 게 불문율이지만 필수적이지는 않다.

 

실제 사무소를 설계할 때에는 외부 공간을 어떻게 마련해줄 것인지, 창은 어디에 배치하고 환기 및 설비 시스템을 어떻게 배치해야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좋은 건축환경 제공의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얼리 액세스인지, 이렇게까지 하면 너무 건축 게임이 돼 버려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자세한 것까지는 구현이 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오! 창문이 있으면 단열성능이 떨어지지. 중요하긴 해.

 

이런 요소가 있는 걸 보면.. 충분히 발전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보통 창문에서 열 손실이 가장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라디에이터를 창문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에선 그렇게 한다고 해도 효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설비관들은 벽체를 올리기만 하면 알아서 배치된다고 보는 것 같고, 안 쓰는 실이 있어도 중앙 난방기 1대당 375m2밖에 감당하지 못 한다. 뭐 이건 게임화를 위해 단순화한 요소로 보면 될 것 같다.

 

어쨌든, 아주 기초적이고 사실은 건축적인 지식이라기보다는 게임을 하다 보면 효율을 찾게 되니 자연스레 깨치는 각 실의 연관성과 동선에 대한 부분이 크게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아직은 식당이 따로 없다. 아래쪽에 냉장고 문을 열고 있는 사람이 요리사. 우측의 접시에 요리가 담기면 직원이 가져가 먹는다.

가령, 실과 실의 배치가 너무 멀어진다고 판단이 되거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생각이 들면 직원들이 밥을 먹지를 못 한다. 아직은 AI의 문제인 건지는 모르겠으나 약간 직관적인 부분이라 조금만 손을 봐 주면 알아서 먹기는 한다. 2층 사무실의 현황인데, 위쪽 아티스트 사무실은 밥을 먹기 위해 계단실만 지나면 돼서 잘 먹지만 아래쪽 마케팅 사무실 팀은 도무지 저 밥을 먹으러 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불만이 쌓여서 자판기를 설치해 줬더니 해결.

 

하지만 음식을 가지고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아직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 보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확인은 못 해봤으나, 개인 자리에서 취식을 하는 건지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 1층 야외 벤치에 앉아서 먹는 경우는 확실히 봤다.

 

3층까지 올라간 우리 사무실. 3층은 아직 비어 있다. 입면 디자인이 정말 형편없다.

 

Q 키와 E 키를 이용해 위 층, 아래층으로 갈 수 있으며 지하는 최대 1층, 지상은 최대 10층까지 건축이 가능하다. 규모가 커질수록 코어 계획과 동선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지금 이 부분을 고려해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머리가 아프다. 주변에서는 "너는 왜 게임에서도 설계를 하고 있냐"고도 했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직원을 클릭하면 그 직원이 하고 있는 생각과 나이, 급여, 능률, 기분과 상태 파라미터가 나온다.

 

이 부분은 심즈를 연상시킨다. 벌써 초창기 때 나와 함께 했던 내 첫 번째 직원이 38살이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어쨌든, 각 파라미터에 대해서 간단히 느낀 바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기운은 그냥 시간이 지나면 떨어진다. 두 번째 배고픔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식사를 해야 하는데,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음식에 접근하지 못하면 급격히 떨어지며 우울해하고 퇴사를 하고 싶어 한다.(놀라운 점은, 연봉 인상만 해 주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것)

세 번째 배변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만, 화장실에 접근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중요하다. 우리 회사는 아주 비인간적이어서 화장실과 변기가 단 2대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의 배변욕을 만족시키고 있다. 아직 한 화장실에 여러 변기를 설치하지는 못 했는데(성별 지정이 가능한지도 파악하지 못 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면서 화장실도 확충할 계획이다.

 

네 번째 스트레스는 일을 시키면 늘어난다. 일을 하지 않으면 줄어들고, 정수기를 비롯한 휴식시설에 있으면 어느 정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휴식시설'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건지.. 왜 스트레스가 많아도 안 쉬고 한국식으로 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 사회성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형성되는 것 같다. 가장 쉬운 건 부서마다 정수기를 설치해 주면 부서별 인원이 정수기에서 대화를 하고, 이로 인해 사회성이 충족되는 것 같은데 일일이 눌러보지는 못 해서 정확하지는 않다.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들어 보자.

 

다시 본질로 돌아가자. 이 게임은 Software Inc.이다. 여태까지는 너무 Inc. 에만 집중했는데, Software로 돌아가면 결국 이 게임은 자사 타이틀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낼 것인지로 회사의 가치를 올려 갈 것인지에 대한 게임이다. 현재 나는 플레이 시간이 짧아서 운영체제의 속편으로만 먹고살고 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규모는 플레이하는 데 지장이 전혀 없을 정도) 2D, 3D 에디터, 오디오 툴, 게임 엔진, 게임, 오피스, CMS, 안티 바이러스 등의 만들고자 하는 유형을 설정해서 만들 수 있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 해금되는 기술들이 있고(아직 터치는 선택할 수 없다. 2000년부터 가능) 기술들을 많이 도입할수록 작업량은 늘어나지만 대체로 시장의 관심도가 높아지며 혁신성도 올라간다. 결국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선 관심도, 사용성이 높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아직 나는 "우선 내 운영체제를 만들고 자사 서버를 구축해서 플랫폼을 만들어준 뒤 이를 이용한 엔진이나 툴 등을 만들어서 세계를 우리 프로그램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아주 원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영체제만 먼저 만들고 있다. 이제 회사의 규모를 늘려 운영 체제를 만드는 팀, 엔진을 만드는 팀 등 여러 팀을 운영해야 되는 게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다.

 

그 외 인사적인 부분은 크게 살펴볼 부분이 없다. 능력치가 낮으면 3개월 교육을 시키면 대체로 100%를 찍을 수 있으며(단, 기본기가 높아야 되는 것 같다. 이도 정확하지는 않다) 팀을 구성해서 팀의 시너지를 늘리면 생산에 더욱 도움이 된다. 아마 이는 개개인의 성격이 어떤 시너지를 이루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아직 구체적으로 분석하지는 못 했다.

 

어쨌든. 이런 게임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다 담겨 있다. 회사, 약간의 건물 만들기, 경영, 소프트웨어(사실 이쪽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게임도 소프트웨어니까)

 

관심이 있는 분은 자체 사이트에서 데모를 제공하고 있으니 한 번 플레이해 보시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s://swinc.net/demo/

 

그럼, 즐거운 게임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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